최근 우리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유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대내외 악재와, 20년 만에 동시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목과 대립은 단순한 정책적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의해 남발되는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 재정건전성과 성장잠재력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기업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은 반기업 정서를 확대시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한 고용 부진, 투자 감소는 성장 모멘텀의 상실이라는 악순환을 초래, 우리 경제를 장기적인 침체에 빠트릴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수출위주 우리 경제의 디딤돌이 될 한미 FTA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상황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국민, 기업, 정부 모두가 하나 되어 우리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시 뛰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참된 시장경제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다음과 같이 경제계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첫째, 정치권은 인기영합적인 정책공약을 자제하는 한편 한국적 현실에 맞는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은 총선, 대선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인기영합적인 정책공약을 무분별하게 양산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복지공약은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생산성을 약화시키는 한편 후세대에게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책공약은 경제상황, 비용부담능력, 국가재정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복지정책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일하는 복지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은 국가의 미래와 사회 통합을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 수립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을 자제하고, 시장경제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최근 여․야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맞아 재벌개혁과 과도한 기업 규제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기업가 정신의 고취가 필요한 지금, 눈앞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기업 비판은 오히려 기업가 정신과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저해할 것이다. 정치권은 시장경제 원칙이 바로 서고, 기업이 살아야 우리 경제도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일관성이 필수적 요소이다. 정치권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FTA는 수출위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한계에 직면한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우리나라가 총 45개국을 대상으로 8개의 FTA를 발효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유독 한미 FTA만 문제시하는 것은, 경제를 정치에 끌어들이고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행정해석에 의해 인정되어 왔던 휴일특근을 이제 와서 제한하려는 움직임 역시, 해당 기업과 근로자에게 큰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제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치권은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

 이미 대내외 악재를 만난 우리 경제에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들이 정치적으로 반영된다면 개별기업에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노사갈등이 빈번해지고, 일자리창출 여력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특히 노동계를 의식한 무분별한 노조법 개정논의는 이미 산업현장에 정착된 근로시간면제제도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에 대한 혼란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또한, 지나치게 경직된 우리 고용시장의 현실과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실성 없는 사내하도급 규제 논의는 노동계의 기대심리만 상승시켜 노사관계의 불신과 다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에 힘쓰고, 동반성장, 투명경영, 사회공헌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여러 대내외 악재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난과 서민경제의 고통은 날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로 서민경제 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경쟁력이 함께 강화될 수 있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준법‧투명경영의 실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2012년 3월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