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경영계 입장

20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노동조합 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하였다. 경영계도 실태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분석 결과의 문제점은 근면위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통계조사 결과 자체를 부인하는 노동계의 태도는 근면위에서 논의를 계속해 나갈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영계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유효 표본의 수가 322개에 불과하고, 특히 5천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6개 사업장만이 분석대상에 포함되어 통계조사의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통계의 기본 개념을 무시한 주장이다. 실태조사단이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300개 이상의 표본이면 충분히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규모의 표본이다. 통계 분석이란 일정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일정한 경향을 밝혀내려는 것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표본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계산된 떼쓰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사의 응답에 20% 이상 격차가 생기는 부분이 통계조사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근면위 회의 진행 과정에서 이미 노․사․정 주체들이 모두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단은 노․사 중 어느 한쪽만 답한 사업장은 유효 표본에서 제외하고 발표하였다. 노동조합만 제출한 사업체는 9개에 불과하지만 사용자만 제출한 사업체는 151개에 달한다. 결국 분석에서 제외됨으로써 더욱 불이익을 당한 쪽은 경영계이며, 20% 이상 응답 오차가 발생하여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경영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계에만 일방적으로 유리 운운하는 노동계의 계산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둘째, 노동계는 ‘교섭준비 기타 회의 시간에 소요되는 시간’은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큰 부분인데 노사 응답에서 20% 이상 격차가 난 표본을 제외하여 노조활동시간이 실제보다 축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항목은 사용자가 알 수 없는 부분인데 어떻게 사용자의 답변이 자료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 문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본 응답 항목은 공히 “유급처리 된 활동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유급처리”는 해당 노조활동에 대하여 사용자가 사규에 정한 절차를 거쳐 유급으로 처리해주었다는 의미이고, 그 시간에 대한 자료는 사측이 더 정확하게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노동계의 이러한 주장은 설문조사 문항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유급처리 되지 않은 노동조합만 아는 그들만의 활동 시간은 설문조사표에 따로 묻는 항목이 있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셋째, 노조전임자가 없는 32개 사업장까지 포함하여 전임자 활동시간을 산출하여 전임자의 활동시간이 과소추계 되었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 대상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지 전임자가 있는 사업장이 아니다. 노조는 있지만 전임자가 없는 사업장이 있다는 것은 전임자까지 두어가면서 조합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체 조합활동에서 전임자의 활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업장이 포함되어야 더욱 정확한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다.

넷째, 노동계는 근면위 논의에 제대로 참여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항을 감추고 이미 충분히 해명된 사항을 아무런 설명 없이 되풀이 주장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기층 조합원의 오해를 조장하고 있다. 실태조사 원자료의 공개는 현행 통계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에서 근면위 위원장이 원자료 제공을 실태조사단에 요청하는 등 적극 노력한다는 것이지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공개하기로 결의한 바가 없다. 또한 “전체 활동시간 중 전임자 활동시간”을 조사단이 임의로 산정․공개하여 전임자 활동시간을 축소시키려 하였다는 주장도, 민주노총이 이 항목을 분석해줄 것을 노동계 간사를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였고 조사단이 그 요청에 따라 분석․공개하게 된 것이라는 사실이 20일 근면위 회의에서 이미 해명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감춘 채 비난만을 되풀이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도저히 전체 노사관계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책임 있는 주체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노동계는 노동계가 요구한 사항은 전혀 분석하지 않고 누락시키고 경영계에 유리한 결과만을 보고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경영계가 분석 요구한 사항은 과연 모두 분석되었다는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통계는 말 그대로 통계일 뿐이다. 이를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 공개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자 근면위의 논의 실적과 이후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부정하는 것이다. 노동계가 이와 같이 통계 결과의 수치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통계조사 결과 제시된 시간이 곧 타임오프 허용 상한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분석 결과 산출된 시간은 타임오프 허용 한도를 정하기 위한 논의의 기초일 뿐이며,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타임오프 한도는 산출된 시간의 일부분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끝으로 경영계는 미시적이고 단편적인 이익에 집착하여 국민의 눈을 가리고자 할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는 결과 그 자체로서 공개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바로잡아 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당사자들이 가질 자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동계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0. 4. 22.

한국경영자총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