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

지난 2009년 9월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 조항이 올해 6월 30일까지만 효력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만약 집시법이 개정되지 못한 채 6월 30일이 지날 경우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법규정의 공백이 발생하고 우리 사회는 2008년 여름보다 더한 무질서와 혼란 상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정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시법은 개정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에 경제계는 집시법이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정치권과 정부에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정치권과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진정한 권익과 국가 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집시법이 조속히 개정되도록 최대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금지 시간대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므로 구체적인 시간대를 분명히 하라는 취지일 뿐 야간 옥외집회를 무조건 허용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집시법을 개정한다면 해가 지는 시간과 해가 뜨는 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간대를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에서 야간 옥외집회 전면 허용 등을 주장하면서 집시법 개정을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인기에 영합하는 주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진정한 권익과 기본권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여당도 집시법이 조속히 개정되어 법률의 공백상태가 초래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경찰의 강력한 법집행과 치안유지도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집시법이 개정되지 못하여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불법 집회․시위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추진, 노동계의 4월 총력투쟁 계획 등 어느 해보다 불법 집회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하반기에는 G20 정상회담도 계획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가 법집행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경우 극단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APEC 정상회의 때는 물론, 2009년에 영국과 미국에서 열렸던 제2차, 제3차 G20 정상회의 때에도 매우 격렬한 반대시위가 벌어져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서둘러 집시법을 개정하는 한편, 불법적인 집회 및 시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특히 G20 정상회담 기간에는 질서유지를 위한 범정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동시에 행사장 주변이나 참가자들의 숙소, 이동경로 등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특별한 대책도 요구된다.
 
셋째,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야간을 밤 10시 이후로 지나치게 좁게 보고 있으므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굳이 법률상 야간이 아니라도 해가 진 뒤의 집회 및 시위에는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현행법이 해가 진 후의 옥외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 것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어두운 곳에서 집회나 시위가 치러질 경우 참가자나 경찰, 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뿐만 아니라 주변 기업과 상인들의 영업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통계에 의하면 2009년 불법폭력 시위 중 약 40%가 해가 진 뒤에 발생했다고 한다.
 
따라서 헌재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되, 집회 및 시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야간의 기준을 국회에 계류중인 개정안과 같이 오후 10시로 할 것이 아니라 오후 8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록 법률상 야간으로 규정되는 시간 이전의 집회 및 시위라 하더라도 실제로 어두워진 이후에는 소음 규제를 강화하거나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등의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같은 단체에 의해서 경미한 집시법 위반 사항이 3회 이상 반복된 경우에는 향후 그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 및 시위를 허용하지 않도록 규정하여 법률을 경시하고 불법 시위가 당연시되는 풍조를 차단하여야 할 것이다.
 
부디 집시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 합리적인 집회 및 시위 문화가 정착되고, 집회․시위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균형 있게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갈 수 있도록 정부 및 정치권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2010. 3. 11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수영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조석래
                                                                                                   한국무역협회        회장 사공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