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개정 관련「5자 연석회의」에 대한 경영계 입장

지난해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 침체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혹독한 구조조정과 대량실업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보다는 고용불안에 직면할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해, 정부는 현행 2년인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상당기간 추진해왔지만, 정치권은 무책임한 눈치보기 행보로 노사 모두에게 불안감만 가중시켜 왔다.

만일 비정규직법 발효 2년이 되는 7월 1일 이전까지 2년 기간제한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계약해지로 실업사태가 시작될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와 국민들의 비판 속에서 불과 10여일을 앞두고 국회는 닫아 놓은 채, 여․야 3당이 기업측을 배제하고 양 노총만 참여시킨「5자 연석회의」에서 특수형태종사자 문제까지 포함하여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다는데 대해 크게 우려하여 다음과 같이 경영계 입장을 밝힌다.

첫째, 연석회의는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목소리와 어려움은 외면한 채, 노동계의 무분별한 요구사항만을 반영함으로써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비정규직 일자리 상실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비정규직 실업대란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간 급박한 시점에서, 인력운용의 주체인 기업의 목소리를 배제한 논의가 과연‘사회적 합의의 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연석회의가 고용시장과 기업의 현실은 무시한 채, 노동계의 무분별한 주장만을 반영하고 정치적 인기영합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둘째, 비정규직 사용기간 문제 외에 연석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제들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것으로 한결같이 시장경제 질서의 뿌리를 심각히 흔드는 사안들이다.

외주 ․ 하청 제한, 자영업자의 근로자성 인정 등 우리 경제체제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노동계의 부당한 주장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기업간, 기업과 자영업자간 민사계약마저 노동법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노동계 투쟁 구실에 정치권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

특히 특수형태종사자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노사정대표가 오랜 논의 끝에 산재보험 적용, 불공정 계약관계 시정 등 보호 방안이 시행중인 사항으로 노동계 요구를 수용할 경우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므로, 절대 논의되어서는 안된다.

셋째,‘정규직 전환 지원금’의 무분별한 확대는 오히려 고용시장을 왜곡시키고,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악화만 심화시킬 것이다.

지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일시적 유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기업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원 종료 시 고용시장 위축, 비정규직 형태의 신규 채용 선호 등 새로운 왜곡 현상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추경예산을 통한 지원금 대부분은 기업들만 납부하는 고용보험료로 운영되는‘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에 편성된 것이다. 동 사업은 최근 수천억원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올 한해만도 7,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원금이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3년간, 3조 6천억원’으로 확대된다면, 고용보험 재정의 심각한 악화와 보험료 급등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부담만 엄청나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자리의 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노동계의  비위맞추기와 당리당략에만 함몰되어 있는 안타까운 모습뿐이다. 여야 의 정치논리로 인해 결국 노사관계만 악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줄 것을 바라는 비정규직들의 희망과 끝까지 고용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더 이상 정치권의 잘못된 행보로 인해 꺾여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의 기간제 근로자 기간연장 논의가 경영계를 배제한 채, 특수형태종사자 문제까지 포함하여 논의되고 있는 점은 그 이유가 어떠하든 노사정 3자 논의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그 정치적 의도와 임시방편적 처신에 큰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2009.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