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에 대한 경영계 입장

  최근 정부는 기간제한 만료에 따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하여 기간제한 2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야당의 강경한 반대로 입법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현행 비정규직법에 명시된 ‘사용기간 2년 제한’의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키로 당론을 정하고,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현행 비정규직법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은 외면한 채 비정규직의 사용기간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비정규직 제한기간 연장”이나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기간제한 규정의 한시적 유예”는 모두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한시적 유예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카드로 제시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금으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그 실효성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을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지원토록 하는 것은 경제위기로 실업급여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이 크게 늘어나는 등 적립금 소진을 앞두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우리 경영계는 금번 비정규직법 개정이 일자리 문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밝히는 바이다.

첫째,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포함한 균형적인 노동시장 개혁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함.

-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만큼 비정규직보호 등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시장의 균형적인 개혁이 필수적임.

둘째, 비정규직법 개정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며, 당면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비정규직 기간제한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계약당사자의 자율적 합의로  사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정규직은 선이고 비정규직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인식 때문에 비정규직의 탄력적 근로조건을 필요로 하는 자발적 일자리까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임.

- 비정규직법 시행 전에는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자발적 비정규직 일자  리가 현재는 약 40% 수준까지 크게 줄어들었으며, 노동시장의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더 이상 자발적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함.

셋째,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은 도입논의를 중단해야 하며, 굳이 제도를 도입코자 한다면 지원규모를 최소화하고 고용보험이 아닌 일반회계를 통한 지원으로 한정해야 함.

- 지원금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신규채용 기업들이 지원금 수급을 위해 정규직  채용보다는 비정규직 채용 후 정규직 전환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으며,

- 정규직 고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효과  보다는 이미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비용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있음.

- “정규직 전환 지원금” 규모가 야당이 주장하는 정도로 확대될 경우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악화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음.

2009. 6. 16.